세 번째 월드컵을 앞둔 손흥민(30·토트넘)이 마침내 월드컵 출정식 잔혹사를 끊어냈다. 앞선 두 차례 월드컵에서 모두 패배했던 '아쉬운 기록'은 손흥민 스스로에게도 짐이었는데, 이번엔 직접 결승골을 터뜨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손흥민은 27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메룬과의 평가전에 선발로 출전해 헤더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 코스타리카전 프리킥 동점골에 이은 A매치 2경기 연속골이다.
직접 공격의 기점 역할을 한 뒤 직접 해결사로도 나섰다. 중원까지 내려온 손흥민은 왼쪽 측면의 황희찬에게 정확한 롱패스를 전달한 뒤 문전으로 쇄도했다. 황희찬의 패스를 받은 김진수의 슈팅을 골키퍼가 쳐내자, 손흥민이 이를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최근 A매치 A매치에서 터뜨린 3골 모두 프리킥 골이었던 손흥민은 이날 경기를 통해 오랜만에 필드골을 넣었다. 소속팀에서도 쉽게 보기 힘들었던 헤더로 골을 넣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컸다.
손흥민의 이 한 방은 한국의 1-0 승리를 이끄는 결승골이 됐다. 손흥민 입장에선 그동안 월드컵 출정식 때마다 고개를 숙여야 했던 아쉬움을 털어낸 경기로도 남았다. 벤투호는 오는 11월에도 국내에서 출정식을 겸한 평가전이 예정돼 있지만, 손흥민이나 김민재(나폴리) 등 유럽파들은 차출이 불가능해 국내파 위주로 치러져야 한다. 유럽파들에게 이번 경기가 '출정식'이었던 이유였다.
손흥민은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튀니지와의 출정식에서 0-1 패배를 경험했다. 4년 뒤 전주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출정식에서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 1-3 패배를 막지 못했다. 손흥민에게 앞선 두 차례 월드컵 출정식은 모두 쓰라린 패배로만 이어졌던 셈이다.
손흥민이 이번 대표팀 소집 당시 "어쩌면 이번 경기들이 월드컵 출정식이 될 수도 있는데, 그동안 출정식은 좋지 않게 흘러갔던 게 사실"이라며 "출정식이라는 게 좋은 마음으로 월드컵에 가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에 이번엔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던 이유이기도 했다.
다행히 손흥민은 이번엔 직접 결승골을 터뜨리며 사실상 월드컵 출정식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앞서 두 차례 출정식이 끝날 때마다 고개를 숙였던 손흥민이지만, 이번에는 비로소 팬들 앞에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