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논란으로 국내 활동이 어려워져 그리스에서 활동하기로 한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의 해외 진출 여부가 곧 결정된다.
자매의 그리스 진출을 추진하는 터키 에이전시는 대한민국배구협회의 이적 동의서(ITC) 발급 거부와 관련해 국제배구연맹(FIVB)에 공식 질의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앞서 원 소속구단인 흥국생명이 선수 등록을 포기함에 따라 자매는 터키 에이전시와 계약하고 그리스 PAOK 테살로니키와 입단에 합의했다. 그러나 비자 발급 과정에서 그리스 대사관이 배구협회의 이적동의서 발급을 요구해 자매는 아직 그리스로 가지 못하고 있다.
배구협회는 국내선수 해외진출 자격 제한을 명시한 ’선수 국제이적에 관한 규정‘을 근거로 쌍둥이 자매의 ITC 발급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규정에 따르면 '대한올림픽위원회(KOC), 협회, 산하 연맹 등 배구 유관기관으로부터 징계처분을 받고 그 집행 기간이 만료되지 아니한 자, (성)폭력, 승부조작, 병역기피, 기타 불미스러운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야기했거나 배구계에 중대한 피해를 끼친 자'에게 협회는 해외 진출의 자격을 제한한다.
배구협회는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는 올초 학교 폭력으로 인해 협회 규정의 ‘사회적 물의를 야기하였거나’라는 두 번째 조항을 위반했다. 국제 이적 동의서(ITC)를 발급해줄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재영·다영 자매의 중학교 시절 학폭 사건은 지난 2월 논란이 됐다. 이에 자매는 공개 사과를 했고, 현재 진실 규명 차원에서 가해 당사자와 피해자를 아우른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배구협회의 쌍둥이 자매 ITC 발급 거부는 법령을 위반한 권한 남용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앞서 배구협회는 쌍둥이 자매가 학폭 논란에 휩싸이자 진실 규명 전에 선제적으로 자매의 국가대표 자격을 무기한 박탈했다. 이러한 중징계를 하고도 정작 ITC 발급과 관련해선 ‘자매가 협회의 징계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선수 국제 이적에 관한 규정은 부칙에 2014년 1월 23일, 2016년 2월 18일 등 이사회 승인일부터 시행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쌍둥이 자매의 학폭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에 벌어진 일이지만, 협회는 규정을 소급적용해 ITC를 발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협회의 ITC 거부는 일종의 '소급적용'을 해서는 안된다는 법령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법조계는 지적했다.
한편 FIVB는 선수 국제 이적 동의서를 FIVB에 소속된 해당 국가 배구협회 한 곳에서만 발급하도록 한다. 배구계 관계자에 따르면, ITC 발급과 관련해 유권해석이 필요할 경우 FIVB가 독자적으로 48시간 이내에 ITC를 승인하기도 한다. 대한배구협회의 발급 거부에도 FIVB가 승인하면 쌍둥이 자매는 그리스에서 뛸 수 있다. 이재영·다영 자매의 그리스행 여부는 추석 명절 직전 또는 직후에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