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학교 폭력(학폭) 사태 논란으로 V리그에서 설 자리를 잃은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그리스의 PAOK 테살로니키와 계약을 추진하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이 가운데 국제배구연맹(FIVB)의 승인 여부가 이적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쌍둥이 자매는 지난 2월 '학폭 이슈'가 불거지면서 소속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에서 퇴출됐다. 흥국생명은 2021-22시즌을 앞두고 이재영과 이다영의 선수 등록을 포기했고, 이에 둘은 해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PAOK와 이적 협상을 가졌다.
하지만 이재영과 이다영은 이적 절차는 마무리되지 못했으며, 아직 국내에 체류하고 있다.
쟁점이 되는 건 국제 이적을 할 경우 전 소속팀과 새 소속팀이 주고받아야 하는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이다. ITC가 있어야 팀 등록과 비자 발급 등 서류적 진행이 가능하다.
일반적 경우라면 ITC는 이해관계의 두 팀이 합의하에 발급하면 된다. 하지만 쌍둥이 자매는 현재 '특수한 이유'로 소속팀이 없는 '특수한 상황'이다. 이럴 경우 대한민국배구협회에서 ITC발급을 승인할 수 있다.
협회는 쌍둥이 자매의 ITC 발급 관련해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승인을 거절하는 게 아니다. 정해진 규정이 있기에 승인을 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협회 관계자가 언급한 규정에는 "대한올림픽위원회(KOC), 협회, 산하 연맹 등 배구 유관기관으로부터 징계처분을 받고 그 집행 기간이 만료되지 아니한 자, (성)폭력, 승부조작, 병역기피, 기타 불미스러운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야기했거나 배구계에 중대한 피해를 끼친 자'에게 협회는 해외 진출의 자격을 제한한다"고 명시돼 있다.
일각에선 협회가 ITC를 발급하지 않더라도 FIVB에서쌍둥이 자매의 이적을 승인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그건 (해당 나라의) 협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때의 일"이라며 "과거 쿠바에서 망명한 선수들 사례에서 FIVB가 개입한 적은 있지만, 그 외에 알고 있는 선례 중엔 그런 적이 없다"고 말했다.
V리그에서 뛰기 어려운 쌍둥이 자매 측은 해외 이적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쌍둥이 자매 측 관계자는 FIVB에 질의한 뒤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한 배구계 관계자는 "(FIVB의 승인 과정은) 절차도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다. 하지만 FIVB가 승인만 한다면야 협회 허락과 별개로 이적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로선 강경한 협회가 ITC 발급 불가 방침을 번복할 가능성이 없어 쌍둥이 자매의 PAOK 입단이 쉽지 않다. 유일한 변수인 FIVB가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판단하느냐에 따라 이적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