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경기를 뛸 수 있는 기회는 주어지고 있다. 삼성 2군은 현재 롯데가 주도하고 있는 교육 리그에 참가하고 있다. 이학주는 이 교육 리그 경기를 뛰며 1군 콜업을 기다리고 있다.
그나마 경기마저 없었다면 더욱 처량한 신세가 됐겠지만 교육 리그 덕에 1군 복귀에 대한 희망은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콜업의 조건은 성적이다. 코칭 스태프가 납득할만한 성과를 낸다면 이학주에게도 길은 열려 있다.
대신 열정과 의지가 기본적으로 장착 돼 있어야 한다.
이학주는 여려 차례에 걸쳐 훈련 시간에 지각해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후에도 허삼영 삼성 감독으로부터 "보다 열정적이고 집중력 있는 플레이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열정과 의지는 평가의 기준이 되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탑재돼 있어야 하는 옵션이라는 것이 허삼영 감독의 생각이다.
허 감독은 "이학주가 없어도 김지찬 오선진 김호재 등 유격수 자원은 충분하다. 그 중 가장 잘 할 수 있는 선수를 쓰면 된다. 이학주도 여전히 경쟁 중이다. 세 선수를 제칠만한 실력을 보여준다면 당연히 이학주를 유격수로 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다 열정적이고 의지를 갖고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허 감독은 "지금 다른 선수들은 어떻게든 경기에 뛰기 위해 눈이 벌게 져 기회를 노리고 노력하고 있다. 살아 남기 위해서 모든 것을 걸고 야구를 하고 있다. 이게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이학주에게 열정이나 의지를 기대하고 바라지 않는다. 그건 기본이기 때문이다. 말로 하는 것도 한.두번이다. 당연히 갖춰야 할 것을 갖추는 것에 대해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주전이 되고 싶으면 그에 걸맞는 성적과 실력을 보여주면 된다"고 말했다.
이학주는 2군에서의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타율 0.307 3홈런 11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허삼영 감독의 눈에는 차지 않는 성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젊은 윰망주들의 주무대인 교육 리그서 이학주 레벨의 선수가 뛴다는 건 어색한 일이다. 하지만 허 감독은 그런 상황에서도 살아 남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이학주를 기다리고 있다.
그 부분이 충족되지 않으면 이학주는 1군에서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허삼영 감독은 이학주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학주가 1군에 어울리는 선수라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증명하는 수 밖에 없다.
한 때 '천재 유격수' 소리를 들었던 이학주다. 하지만 현실은 그 없이도 팀이 잘 나갈 수 있을 정도로 냉혹해 졌다.
삼성의 정규 시즌은 이학주 없이 끝날 가능성이 높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포스트시즌에도 부름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다.
이학주가 그 절박함을 플레이로 나타내지 못한다면 끝까지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 이학주에겐 아까운 시간이 계속 흘러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