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과 황의조는 이라크의 시간 지연 행위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다음 상대는 시간 지연 행위에 더 능숙한 레바논이다.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아야 한국이 손해를 덜 본다.
한국은 7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레바논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2차전을 갖는다. 지난 2일 1차전에서 이라크와 0-0 무승부에 그친 한국은 첫 승을 노린다. 홈 2연전을 무승으로 마무리하는 건 치명적이기 때문에 승리가 절실하다.
이라크전 이후 손흥민, 황의조 등 선수들은 상대의 '침대축구'에 대한 불만을 이구동성으로 밝혔다. A조는 한국을 제외한 모든 팀이 서아시아다. 원정에 대한 부담과 아울러 '침대축구'가 문제였다. 서아시아 팀들은 유리할 때 시간지연 행위를 적극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라크는 그동안 한국이 겪어온 여러 침대축구에 비하면 그리 심한 편이 아니었다. 진짜는 레바논일수도 있다. 한국은 단 3개월 전에도 레바논과 홈 경기를 치른 바 있는데, 홈에서 레바논에 실점한 유일한 경기였다. 한국은 레바논과 홈경기에서 7전 전승을 거뒀는데, 앞선 6경기는 모두 무실점이었던 것과 달리 지난 6월 치른 2차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는 이른 실점을 내줬다. 결국 2-1로 역전승을 거두긴 했지만 역대 어느 레바논전보다 고전했다.
당시 레바논은 한국 원정에서 득점한 뒤 시간을 심하게 끌었다. 레바논 선수가 반칙을 범하고도 넘어져 한참 동안 못 일어났고, 접촉의 강도에 비해 일어나는데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이 우여곡절 끝에 골을 넣자 레바논은 언제 그랬냐는 듯 경기를 서둘렀다. 경기 후 벤투 감독이 강하게 불만을 표했다. 벤투 감독은 레바논의 시간지연 행위를 비판한 반면, 이라크전에서는 별다른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레바논이 더 지독하게 시간을 끌 줄 안다는 걸 이미 경험해 봤으니, 이번 대결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우려된다. 만약 침대축구가 재현된다면 한국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드러눕는 행위는 단순한 시간지연을 넘어 '정신 공격'의 성격도 있다. 한국 선수들을 초조하고 화나게 만든다면 효과가 극대화된다.
손흥민의 침대축구 비판이 냉정한 이성에서 나왔다면 괜찮지만, 이라크전 도중 느낀 짜증에서 비롯됐다면 위험하다. 손흥민은 이라크전 초반부터 상대가 세트피스를 방해하자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만약 상대가 더 지독하고 얄밉게 시간을 끌 때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면 손해가 더 커진다. 오히려 레바논이 바라는 양상으로 경기가 흘러갈 수도 있다.
벤투 감독과 손흥민의 말처럼, 침대축구에 한국이 대응할 수 있는 건 없다. 제지할 수 있는 건 심판이다. 한국은 만약 시간지연 행위에 당한다면 실제 경기시간이 좀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공격할 때는 냉정을 찾을 필요가 있다. 감정적으로 임하면 침대축구에 더 크게 당할 뿐이다. 예선 초반에 그런 모습을 노출하면 앞으로 너도나도 한국 상대로 침대축구를 시도하도록 부추기는 꼴이 될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