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김민재'로 불리며 김은중호의 간판 수비수로 활약했던 김지수(19·성남FC)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를 누빈다. 행선지는 브렌트포드 FC다.
브렌트포드 구단은 26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K리그2 성남FC에서 뛰었던 한국의 젊은 수비수 김지수와 4+1년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브렌트포드는 "이적료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4년 계약 기간에 1년 연장 계약 옵션이 포함된 계약"이라고 설명한 뒤 "김지수는 이번 주 프리시즌 훈련을 위해 새로운 팀 동료들과 함께 B팀에 합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수는 신장 192cm 뛰어난 체격 조건을 자랑하는 장신 수비수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준프로 신분으로 K리그1 무대에 입성, 19경기에 출장해 팀의 수비 라인을 책임졌다. 이어 올해에는 K리그2에서 1경기를 소화한 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2023 아르헨티나 U-20(20세 이하) 월드컵에 참가, 4강 신화를 이루는 데 큰 힘을 보탰다.
김지수는 U-20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선발 출장해 안정적인 수비 능력을 보여줬다. 이어 에콰도르와 16강전, 나이지리아와 8강전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며 한국을 4강으로 이끌었다. 안정적인 활약과 함께 김지는 대회 베스트11에도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브렌트포드는 김지수를 향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브렌트포드 구단은 김지수에 대해 "태극마크를 달고 3차례 연령별 대회를 걸쳐 29차례 국제대회 경기를 소화했다. 최근에는 U-20 월드컵에서 나라를 대표해 출전했다"고 설명했다.
브렌트포드의 필 자일스 디렉터(단장)는 "김지수는 이번 여름 유럽의 여러 클럽에서 많은 러브콜을 받았던 훌륭한 유망주(Ji-soo is an excellent prospect who was in demand from many teams in Europe this summer)"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필 자일스 디렉터는 "김지수는 최근 U-20 월드컵에서 매우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따라서 그와 함께할 수 있게 된 건 클럽에 있어서 영광이라고 할 수 있다"고 기뻐한 뒤 "우리 클럽은 김지수가 영어를 배우고 영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또 B팀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시간은 충분하게 줄 것이다. 김지수는 B팀의 모든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성과를 바탕으로 해서 1군과 훈련하고 경기할 기회를 얻을 것"이라 강조했다.
브렌트포드 구단은 "높은 평가를 받은 중앙 수비수 김지수는 프로 계약을 맺기 전부터 성남FC의 유스 시스템을 통해 성장했다. 지난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그는 2022년 7월 토트넘 홋스퍼와 K리그 올스타의 친선 경기 당시 6만명 이상의 관중 앞에서 뛰기도 했다"면서 "김지수는 이제 런던 서부로 이동해 오는 29일(현지 시각) 2023~24시즌 준비를 위해 B팀에 합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 김지수를 향한 현지 평가는 호평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지난달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브렌트포드가 56만 파운드(한화 약 9억 원)의 바이아웃 조항을 갖고 있는 한국의 스타 김지수와 계약하기 위해 협상 중이다. 바이에른 뮌헨(독일)과 스포르팅 리스본(포르투갈)도 김지수를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데일리 메일은 "김지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와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의 영입 후보에 올라 있는 5500만 파운드(한화 약 890억 원)의 나폴리 선수 김민재와 비교되고 있다"며 좋은 평가를 했다. 또 유럽 이적시장에 정통한 전문가인 파브리지오 로마노 역시 "김지수는 톱 재능을 갖춘 수비수로 평가받으며 U-20 월드컵 베스트 11에도 포함됐다"고 소개했다.
김지수의 브렌트포드 이적은 성남FC 구단에도 경사와 같은 일이다. 그가 성남FC의 유소년 팀에서 꾸준하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성남FC 김영하 대표이사는 26일 저녁 김지수의 브렌트포드 이적 사실을 전하면서 "성남FC 유소년으로 시작해 7년 간의 동행을 마친 (김)지수에게 축하 인사를 전한다. (김)지수 덕분에 성남이 다시 한 번 세계에 알려졌다. 또 이는 구단의 큰 성과이자 유소년 지도자들이 좋은 방향성으로 선수 육성에 힘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면서 "더욱 큰 무대를 향해 나아갈 (김)지수를 많이 응원하고 더 많은 지원과 좋은 환경 속에서 제2의 김지수를 육성하도록 구단 유소년 축구에 많은 힘을 실을 것"이라고 밝혔다.
브렌트포드는 1889년에 창단한 팀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2020~21시즌 플레이오프를 거친 끝에 74년 만에 1부 리그에 입성했다. 현재 덴마크 출신의 토마스 프랭크(50)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2022-23시즌에는 15승 14무 9패(승점 59점)의 성적을 거두며 20개 팀 중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유로파리그 진출권이 걸려 있는 6위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FC(승점 62점)와 승점 차도 3점밖에 나지 않았다. 손흥민이 뛰고 있는 8위 토트넘(승점 60점)과 승점 차는 1점에 불과했다. 특히 브렌트포드는 지난 시즌 리그에서 최소 실점 5위에 자리할 정도로 탄탄한 수비력을 자랑했다. 맨체스터 시티와 뉴캐슬(이상 33실점), 아스날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상 43실점)에 이어 최소 실점 공동 5위(46실점)였다. 그러나 주전 센터백들의 나이가 30대인 상황에서 팀도 세대교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 김지수가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이로써 김지수는 박지성과 이영표, 설기현, 이동국, 김두현, 조원희, 이청용, 지동원, 박주영, 기성용, 윤석영, 김보경, 손흥민, 황희찬에 이어 역대 15번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가 됐다. 한국인 중앙 수비수가 EPL 무대에 진출한 건 김지수가 최초다. 여기에 K리그2 소속 선수가 EPL로 향한 것도 김지수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