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축구 논란이 불쾌한 레바논 축구 전문매체 "북한, 이라크와도 비긴 팀은 아시아 최강이 아니야"
[골닷컴] 한만성 기자 = 한국에 패한 레바논이 잇따른 '침대축구' 논란에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같은 논란은 한국 언론의 선동이나 다름없다는 게 한 레바논 축구 전문매체의 최근 칼럼 내용이다.
레바논은 7일(한국시각)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을 상대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2차전 원정 경기에서 후반전 권창훈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했다. 이날 이른 시간 선제골을 득점할 기회를 놓친 한국은 우려한대로 몇몇 레바논 선수들이 무승부를 목표로 의도적으로 시간을 지연한 행위 탓에 초반부터 주도하던 경기 흐름을 전반전 중반부터는 이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레바논의 시간 지연 행위는 앞선 1차전 경기를 마친 손흥민이 "이렇게 경기를 하면 축구가 발전할 수 없다"며 쏘아붙인 이라크보다 더 노골적인 수준이었다.
한국 원정에 나선 레바논 골키퍼 모스타파 마타르는 전반전 여러 차례 슈팅을 막은 후 자신의 어깨를 가리키며 쓰러져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미드필더 왈리드 슈르는 경합 과정에서 황인범과 미세하게 충돌하고도 이후 한국이 공격을 이어가려는 순간 쓰러지며 경기를 중단시켰다.
그러나 이에 축구 전문매체 '레바논 풋볼 가이드'는 8일 게재한 칼럼을 통해 "한국 언론이 레바논과 이라크를 인종차별하고 있다"며 국내 언론을 향해 날 선 비판을 가했다. 해당 매체는 "한국 언론은 자국 대표팀이 예전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한국 언론은 자국 대표팀이 중동 팀들을 상대로 고전하는 이유가 '중동 특유의 축구'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은 2차 예선에서 레바논, 북한과 비겼으며 최종 예선에서는 이라크와 비긴 후 레바논을 간신히 이겼다. 한국은 아시아 최강 팀 중 하나가 아니"라고 보도했다.
'레바논 풋볼 가이드'는 "실제로 최종예선 조추첨이 진행되기 전부터 모든 팀은 이란을 피하고 싶어 했다"며, "이란은 경쟁력이 높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감독 교체 후 전력이 더 강해졌다. 그러나 한국은 언론이 나서 아랍 팀들이 '침대축구'를 구사한다는 표현을 하고 있다. 한국 언론은 이라크, 레바논과의 경기 전후로 공식 기자회견과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반복한다. 한국의 여론은 언론이 반복하는 이런 표현에 영향을 받은 후 레바논 스포츠 매체의 소셜 미디어(SNS) 계정을 공격한다"고 밝혔다.
이어 '레바논 풋볼 가이드'는 "딕 아드보카트 이라크 감독, 이반 하세크 레바논 감독은 한국 언론으로부터 이러한 지적을 받았으나 이를 바로 일축했다"며, "이라크와 레바논은 시간을 끈 게 아니라 한국의 빠른 축구에 대응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해당 매체는 이날 트위터 계정을 통해 "한국과의 경기 도중, 그리고 경기 후 인종차별적인 메시지를 여섯 차례나 받았다. 우리는 한국 언론의 '침대축구'라는 표현이 여론을 들끓게 한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레바논 축구 전문매체 'FA 레바논'도 이날 "한국 언론의 인종차별"이라며 '침대축구'라는 표현에 대해 불만을 내비쳤다. 'FA 레바논'은 "골키퍼 마타르는 미세한 부상을 당한 상태였으며 슈르는 경기 도중 상대 선수와 강하게 충돌했다"며 자국 대표팀 선수들을 옹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