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이 약속된 플레이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손흥민의 분노 표출이었다. 순간, 페널티 지역에는 황의조(29·보르도), 김민재(25·페네르바체), 김영권(31·감바오사카), 송민규(22·전북), 이재성(29·마인츠)이 들어와 있었다. 그렇지만 이들 5명 중 3명은 가까운 쪽 포스트로 돌진하지 않은 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이날 경기 중계를 맡은 이동국(42) tvN 스포츠 해설위원은 "지금 약속된 플레이가 가까운 쪽 포스트로 들어가서 짤라야 하는 상황이었다. 손흥민이 킥을 했는데 선수들이 (약속된 자리에) 없기 떄문에 뭐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전의 손흥민 같으면 그냥 얌전히 공을 다시 찰 법도 했지만 이날은 달랐다. 불같이 화를 냈다. 언제나 험난했던 월드컵 최종예선 첫 경기. 손흥민은 누구보다 이 경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박지성(40)이, 2014 브라질 월드컵과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기성용(32)이 한국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로 각각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더 이상 없다. 그리고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손흥민이 온전히 그 무게감을 짊어지고 가야 한다. 평소에도 유독 애국심을 강조하는 그에게 태극마크가 주는 무게감. 시차 적응도 제대로 안 된 상태서 답답함을 온몸으로 표현하던…. 소속 팀에서는 결단코 볼 수 없었던 이날 손흥민의 울분. 태극마크를 단 '월드 클래스'에게 고독함은 숙명일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