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위는 초특급이다. 빅리그에서 16년을 뛴 추신수도 그의 공을 인정한다. 추신수는 KBO리그 인프라 아쉬움을 전하면서 “원정팀 배팅케이지가 없는 KBO리그에서 대타가 앉아만 있다가 고우석 공을 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이더에 찍히는 구속만 봐도 비교할 선수가 거의 없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 156㎞, 컷패스트볼성 슬라이더 최고 구속은 147㎞에 달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블론세이브가 많다. 현재 마무리투수 중 가장 많은 블론세이브 6개를 기록하고 있다. 올시즌 최다 블론세이브는 7개를 기록한 SSG 김태훈과 NC 원종현인데 두 투수 모두 현재 마무리투수 보직에서 내려왔다. 9회를 책임지는 투수 중 롯데 김원중과 함께 가장 많은 블론세이브를 범하고 있다.
제구가 마냥 안 좋은 것은 아니다. 고우석은 지난 13일까지 9이닝 기준 볼넷 3.33개, 볼넷 하나당 탈삼진 3.17개를 기록하고 있다. 막강한 구위를 앞세워 피안타율 0.213, 피출루율 0.297을 올렸다. 아주 뛰어난 수준은 아니지만 마무리투수로서 낙제점을 줄 수준도 아니다. 스트라이크존을 찾지 못하고 내리 볼만 던지며 볼넷을 범하는 투수와는 거리가 멀다.
문제는 커맨드다. 자신만의 확실한 존이 없다. 과거 오승환은 바깥쪽 꽉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조합으로 승승장구했다. 조상우는 도쿄 올림픽에서 스트라이크존 하단을 절묘하게 통과하는 슬라이더를 꾸준히 구사해 한국 불펜진 기둥 구실을 했다. 마무리투수 시절 봉중근 또한 구속은 전성기 때보다 떨어졌지만 패스트볼 몸쪽과 바깥쪽을 절묘하게 활용했고 체인지업과 커브를 정확하게 구사했다.
하지만 고우석은 아직 존이 뚜렷하지 않고 필승 볼배합도 희미하다. 패스트볼, 컷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네 가지 구종을 구사하는데 완벽하게 존을 활용하는 하나의 구종이 없다. 자신의 컨디션에 맞춰 구종을 배합하는데 로케이션이 흔들리면서 불운과 마주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12일 문학 SSG전 블론세이브를 기록할 때도 배트가 부러지며 빗맞은 타구가 안타로 연결됐다. 막강한 구위를 앞세워 힘으로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데 로케이션이 정확하지 못한 게 문제다. 한 수도권 구단 전략분석팀원은 고우석을 두고 “정말 공을 던지는 투수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몸쪽 승부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몸쪽이든 바깥쪽이든 자신있게 넣을 수 있는 자신만의 로케이션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고우석은 만 23세로 과정에 있는 투수다. 현재 10구단 마무리투수 중 고우석보다 어린 투수는 KIA 2년차 신예 정해영 뿐이다. LG 류지현 감독은 고우석을 두고 “아직 완성형 투수는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 리그에서 봤을 때 수준급 활약을 해주고 있다”며 “멘털도 강하다. 연속으로 흔들리는 경기는 없었다. 고전한 다음 경기에서 슬기롭게 이겨내고 있다”고 고우석을 향한 변치않는 믿음을 드러냈다. 실제로 고우석은 블론세이브 다음 날인 지난 13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9회말 1이닝 무실점으로 팀 패배를 막았다.
고우석도 자신의 과제를 잘 알고 있다. 그는 도쿄 올림픽 기간 오승환과 캐치볼 파트너를 하면서 “선배님이 네 구위면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내야한다고 하셨다”며 “더불어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일수록 그립을 확실히 잡고 던져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공이 빠를수록 정확히 공을 때리지 않으면 공이 빠져나가는 궤적도 커진다. 정확히 던지는 훈련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