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한 달간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가 쉴 새 없이 홈런포를 가동하며 전인미답의 경지에 올랐다. 에인절스 구단 역사를 쓴 데 이어 102년 만에 메이저리그(ML) 대기록도 다시 썼다.
오타니는 3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023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홈 경기에 3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9회말 투런 홈런 포함 3타수 1안타 2타점 1득점 2볼넷을 기록했다.
첫 타석 삼진으로 물러난 오타니는 자동 고의사구와 볼넷으로 체면치레를 했다. 29일 동안 13개의 홈런을 때린 오타니였기에 적극적인 승부를 피한 탓이다. 하지만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시리즈 마지막 경기마저 홈런을 내주며 4경기 4홈런의 희생양이 됐다.
오타니는 에인절스가 5-9로 끌려가던 9회말 2사 1루에서 상대 마무리 켄달 그레이브먼을 상대로 5구째 시속 86.9마일(약 139.9㎞) 슬라이더를 통타해 중월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발사각 27도, 비거리 133m, 타구 속도 시속 111.3마일(약 179㎞)의 시즌 29번째 아치였다.
이 홈런으로 오타니는 6월에만 14개의 홈런을 날리며 에인절스 구단 역사상 월간 최다 홈런을 달성했다. 종전 기록은 1996년 6월의 팀 새먼, 2015년 6월 앨버트 푸홀스, 2021년 6월의 오타니의 13홈런이었다.
그뿐 아니라 메이저리그의 역사도 다시 썼다. 미국 매체 ESPN의 스포츠센터에 따르면 선발 투수가 한 달에 가장 많은 홈런을 친 것은 1921년 6월 베이브 루스의 13홈런이었다. 이미 마운드에서 5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3.26, 30⅓이닝 37탈삼진을 기록 중이던 오타니는 이날 홈런으로 102년 만에 루스의 대기록마저 부수게 된 것.
또 다른 매체 코디파이는 "그동안 한 달에 10개 이상의 홈런을 치고 35개 이상 삼진을 솎아낸 선수는 루스와 오타니 딱 두 명 있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같은 달에 한 선수는 오타니뿐"이라고 밝혔다.
경이로운 6월로 인해 이미 커리어 두 번째 MVP는 문제가 아니게 됐다. 오타니는 30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투수로서 16경기 7승 3패 평균자책점 3.02, 95⅓이닝 127탈삼진, 타자로서 81경기 타율 0.309, 29홈런 66타점 58득점 11도루, 출루율 0.392 장타율 0.666 OPS 1.058을 기록 중이다. 타자 성적만 놓고 봐도 홈런, 타점, 장타율 부문 메이저리그 전체 1위로 부상만 없다면 MVP는 따놓은 당상이다.
이제 그가 정조준하는 것은 루스의 역사적인 시즌이다. 투타 겸업을 하던 루스는 1922년부터 완전히 타자로 전향한 뒤 메이저리그의 신기원을 열었다. 특히 1927년에는 151경기 타율 0.356, 60홈런 165타점, 출루율 0.486 장타율 0.772 OPS 1.258로 개인 커리어 한 시즌 최다 홈런을 작성했다.
스페인 매체 마르카는 "오타니는 메이저리그에 존재했던 두 명의 유니콘(루스, 오타니) 중 하나다. 일본의 천재(오타니)는 루스의 역사적인 기록 중 하나를 깨고 루스의 1927년 시즌을 향해 가고 있다"면서 "현재 오타니는 56홈런 128타점 페이스지만, 시즌은 여전히 길고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심상치 않은 올해 성적을 주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