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이하 한국 시간), 2022-202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9라운드가 열린 에티하드 스타디움. 알렉스 퍼거슨 경의 표정은 침통했다. 무슨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심적 고통을 받은 듯했다.
맨체스터 시티는 홈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불러들여 6-3 대승을 거뒀다. 지역 라이벌이라기보다는, 강팀과 약팀의 대결에 가까웠다. 맨체스터 시티의 엘링 홀란과 필 포든은 '더블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더욱 괴롭혔다.
현장 카메라에 포착된 유명인사 중 한 명은 알렉스 퍼거슨 경이었다. 1986년부터 2013년까지 감독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지휘했던 알렉스 퍼거슨 경은 수많은 영광을 이룩한 전설 중의 전설이다. '퍼거슨 시대'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EPL 우승을 13회나 차지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도 2번이었으며, 한 시즌에 3개의 트로피를 차지한다는 '트레블(리그·FA컵·UCL)'도 한 차례 달성했다. '퍼거슨 유나이티드'는 그만큼 압도적이었고 강력했다.
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맨체스터 시티에 0-4로 지고 있던 순간, 화면에 잡힌 알렉스 퍼거슨 경의 얼굴은 과거와는 너무 달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함께 언제나 이기며 기세가 하늘을 찔렀던 옛날은 온 데 간 데 없었고, 평생을 쌓아올린 클럽이 처참하게 무너지는 순간만을 물끄러미 응시할 뿐이었다. 전설의 눈빛에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현재가 어떤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에릭 텐 하흐 감독을 선임하고 새로운 시대를 계획 중이다. 크리스티아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출전 시간을 배제하는 강수를 두는 등 개혁 의지도 강력하다.
그러나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와 벌어진 격차를 좁히는 데엔 너무나 많은 시간을 소요할 듯한 분위기다.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체스터 시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쉽게 닿지 못할 수준으로 나아간지 오래다. 언제나 다른 클럽보다 우위에 있는 커리어를 보냈던 알렉스 퍼거슨 경으로서는 현황이 답답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영국 매체 <더 선>은 "알렉스 퍼거슨 경의 반응을 보라. 행복과는 멀어 보였다"라고 씁쓸한 순간의 이야기를 전했다.
- 출처 네이버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