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됐던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순항 중이다.
지난 7월 진행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조 편성 결과 한국은 어려운 조에 속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중동 일색' 이었다. 상대적으로 가까운 일본, 중국, 베트남 등은 모두 반대 조에 포함됐고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과 한 조에 속했다. 낯선 환경, 텃세, 침대 축구, 장거리 이동 등의 영향으로 전력과 상관없이 늘 쉽지 않았던 중동 원정을 5경기나 치러야 한다는 것은 부담이었다.
하지만 약 4개월이 지난 현재 한국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험난한 이란 원정에서 무승부를 따낸 것을 포함해 4승 2무 무패 행진 중이다. 3위 UAE(승점 6)에 승점 8점 앞선 조 2위로 6경기 만에 1, 2위에 주어지는 본선 진출권 획득이 유력한 상황이다.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까지 월드컵행을 확신할 수 없었던 지난 두 대회와는 다른 결과다.
'죽음의 조'로 예상된 조가 결과적으로 '꿀조'가 된 데는 여러 요인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경기력이 좋았다. 10월 열린 3차전 시리아전부터는 더 많은 골을 터뜨리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파트너를 가리지 않는 김민재가 후방을 단단히 지켰고, 황인범과 정우영이 미드필드에서 역할을 분담해 공수에 고루 기여했다. 최전방에서는 손흥민이 공격을 이끌었다. 지난 4경기에서 3골을 넣었다.
조 2강 이란과 한국을 위협할 만한 3위도 없었다. B조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가 독주를 하고 있는 가운데 2위 경쟁이 치열하다. 최종예선 초반에는 오만이 일본을 잡아내며 돌풍을 일으켰고, 현재는 일본과 호주가 승점 1점 차 접전을 벌이고 있다. 최하위 베트남이 6전 전패를 당해 모든 팀에 골고루 승점 3점을 내주면서 4위 오만, 5위 중국도 여전히 2위까지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2위 일본(승점 12)과 5위 중국(승점 5)의 격차는 7점이다.
반면 A조는 2위 한국과 3위 UAE의 차이가 8점에 달한다. 한국이 3경기를 연달아 지고 UAE가 3연승을 거둬야 순위를 뒤집을 수 있다. 3~6위 팀들이 서로 물고 물리면서 승점을 나눠가져 나란히 무패 행진 중인 1, 2위를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원정 5경기 중 2경기를 상대가 홈 이점을 살릴 수 없는 중립 구장에서 치르는 것도 한국 입장에선 이점이었다. 이라크의 홈 경기로 배정된 6차전은 이라크 현지 사정으로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타니 빈 자심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아직 경기 장소가 정해지지 않은 8차전 시리아전도 중립 경기장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시리아는 앞선 세 차례 홈 경기를 모두 요르단에서 치렀다.
특히 이라크와의 경기를 중립 구장에서 치른 것은 최종예선 통과뿐 아니라 월드컵 본선 준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 월드컵은 정확히 1년 뒤인 2022년 11월 카타르에서 열린다. 한국은 이라크전을 통해 월드컵이 진행될 시기의 현지 상황을 1년 전 미리 경험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