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15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아스널과 FA컵 16강전에서 0대2로 완패했다. 라커룸으로 향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데이비드 베컴의 수비 가담을 지적하며 바닥에 놓인 축구화를 발로 찼다. 축구화는 베컴의 눈 부위에 맞았고, 베컴은 눈썹 위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흔히 말하는 퍼거슨 감독과 베컴의 축구화 사건이다.
베컴은 2003년 6월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퍼거슨 감독을 아버지처럼 따랐던 베컴의 이적에 축구화 사건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베컴이 축구화 사건에 대해 입을 열었다. 베컴은 14일 영국 미러를 통해 "지나치게 과장된 사건"이라면서 "퍼거슨 감독이 나에게 걸어오면서 바닥에 쌓여 있는 옷 더미를 발로 찼다. 킥이 얼마나 정확했는지는 내 머리에 맞고 나서야 깨달았지만, 나쁜 감정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완전히 이상한 사고였다. 클럽 내에서는 바로 잊혀졌지만, 사람들은 우리의 관계에 대해 추측하기 시작했다"면서 "하지만 퍼거슨 감독과는 바로 매듭을 지었다"고 덧붙였다.
베컴은 모히칸 스타일에 대한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베컴은 2000년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첼시와 채리티 실드(커뮤니티 실드)를 앞두고 헤어 스타일을 바꿨다. 모히칸 스타일이었다.
베컴은 경기 전 훈련에서도 비니를 쓰고 모히칸 스타일을 감췄다. 훈련에서도, 호텔에서도, 밥을 먹을 때도 줄곧 비니를 썼다. 퍼거슨 감독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비니를 쓰고 경기를 할 수는 없는 상황. 결국 경기 전 라커룸에서 들통이 났고, 퍼거슨 감독은 삭발을 명령했다.
베컴은 "모히칸 스타일을 했는데 퍼거슨 감독의 입맛에 안 맞을 거라 생각했다. 무서워서 비니를 쓰고 훈련했다. 계속 쓰고 있었다"면서 "라커룸에서 퍼거슨 감독이 곧바로 '밀어버려'라고 소리쳤다. 농담이라 생각했는데 진담이었다. 결국 워밍업을 하러 가기 전에 머리를 밀었다"고 웃었다.
이런 저런 사건이 있었지만, 퍼거슨 감독은 베컴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다.
베컴은 "퍼거슨 감독은 내가 경험한 최고의 감독을 넘어 11세 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도착한 순간부터 떠난 날까지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면서 "헤어드라이어에 대한 두려움은 우리가 잘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