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팀이 아닌 국가대표 소속으로 재회했지만, 잔루이지 돈나룸마를 향한 밀라노 사람들의 증오는 여전했다.
7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 시로에서 2020-2021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준결승전을 가진 스페인이 이탈리아에 2-1로 승리했다. 두 번째 준결승전은 8일 벨기에와 프랑스가 갖는다.
홈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주전 골키퍼 돈나룸마만큼은 어드밴티지를 느낄 수 없는 경기였다. 경기 전 선발 라인업을 소개할 때부터 홈 관중들은 돈나룸마에게 야유를 보냈다. 경기 중에도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는 계속됐다.
AC밀란 팬들에게 돈나룸마는 배신자다. 돈나룸마는 밀란 유소년팀 출신이지만 여러 차례 재계약 협상에서 거액 연봉을 요구하며 서서히 팬들의 비판을 받다가, 올해 여름 자유계약 대상자(FA)가 되어 팀에 이적료 수익을 안기지 않고 파리생제르맹(PSG)으로 이적하며 아예 역적이 됐다. 돈나룸마가 밀란 소속으로 뛸 때도 일부 팬들이 '돈만 아는 놈'이라는 뜻으로 지폐를 활용한 조롱을 보냈을 정도였다.
밀란 팬들은 A매치 경기를 통해 돈나룸마가 밀라노에 돌아오자, 시내에 미리 걸개를 걸어 '환영을 기대하지 말 것'이라는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돈나룸마는 경기 전에 "내게 야유가 쏟아진다면 유감일 것이다. 난 밀란에 있을 때 모든 걸 바쳤다"고 스스로를 변호했다.
돈나룸마는 분위기에 부담을 느낀 듯 평소보다 불안한 모습을 여러 번 노출했다. 전반 19분 마르코스 알론소의 슛이 정면으로 날아왔으나 잡지 못하고 흘렸는데, 이 공이 골대 맞고 골문 앞으로 굴러갔다. 레오나르도 보누치가 전속력으로 달려와 차내지 않았다면 코케가 쓱 밀어 넣을 수 있는 위기 상황이었다. 돈나룸마는 이미 패색이 짙어진 후반에야 몸이 풀린 듯 선방을 연발했다.
돈나룸마는 PSG에서도 기대만큼 활약하지는 못하고 있다. 케일러 나바스 골키퍼가 주전 자리를 지키고 있어, 돈나룸마의 출장 기회가 좀 더 적다. 현재까지 프랑스 리그앙에서 나바스가 6경기, 돈나룸마가 3경기를 책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