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이 2022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 3·4차전을 앞두고 다시 정예멤버를 불러모은다. 특히 숙적 이란과 치를 4차전은 카타르로 향하는 여정에서 가장 벅찬 고비다.
벤투 감독은 27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소집 명단 발표 화상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르는 시리아전, 12일 현지 원정을 떠나 치르는 이란전을 대비한 명단이다. “힘들겠지만 목표는 승점 6점(2경기 전승)”이라고 이날 밝힌 벤투 감독은 다음달 4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선수단을 소집해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4차전에 상대할 이란은 대표팀의 숙적이다. 한국은 공식경기 역대 전적에서 9승 9무 13패로 열세에 놓여있다. 이란은 2차 예선에서 8경기 6승 2패, 34득점 4실점으로 가공할 전력을 선보였다. 앞서 열린 최종예선 1·2차전에서도 시리아에 1대 0, 이라크에 3대 0으로 무난히 승리했다. 3차전 상대 시리아 역시 이란을 상대로 분전했던 만큼 방심할 수 없다.
이번 명단에는 도쿄올림픽 주전 골키퍼였던 송범근이 기존 골키퍼 3명에 새로 더해졌다. 2018년 소집 이후 3년 만이다. 지난 소집에 뽑힌 풀백 김문환과 이기제를 김태환과 김진수가 대신했다. 미드필드에서는 중앙 자원으로 분류되는 남태희 대신 측면 윙어 이동준이 소집된다. 수비진 앞에서 상대 공격을 저지할 3선 미드필더 자리에는 손준호 대신 백승호가 올랐다.
명단에서 특히 관심을 끈 건 백승호의 발탁이다. 스페인 라리가 바르셀로나 유소년 출신인 백승호는 높은 기술적 완성도를 갖춘 미드필더 자원으로 어린 시절부터 기대를 모았으나 성인무대로 올라온 뒤 유럽에서 고전했다.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몸 상태를 끌어올리기 위해 국내 K리그로 복귀했지만 끝내 도쿄행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백승호는 최근 소속팀 전북 현대에서 뛰어난 킥력과 중원 조율 능력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다. 그의 벤투호 발탁은 2019년 10월 2차 예선 스리랑카전 출전 뒤 약 2년 만이다. 공교롭게도 그의 대표팀 데뷔는 이번 4차전 상대인 이란과의 2019년 6월 친선경기였다. 벤투 감독은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다. 미드필더로서 한 포지션 이상을 소화할 수 있어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벤투 감독은 풀백 자리에서 2명을 교체하며 이 자리에 대한 고민이 여전함을 드러냈다. 김문환 대신 오른쪽 풀백 자리에 오른 김태환은 지난해에도 비교적 꾸준히 대표팀으로 뽑혀왔지만, 왼쪽 풀백 김진수는 2019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주관 E-1 풋볼 챔피언십에 소집된 게 마지막이었다.
대표팀은 앞서 2일과 7일 치른 최종예선 이라크전과 레바논전에서 1승 1무를 거뒀다. 목표한 2승을 달성하지 못했을뿐더러 득점도 단 1골에 그쳤다. 해외파 선수들의 소집기간 부상 이탈과 컨디션 난조 등이 변수였다. 손흥민과 남태희가 레바논전에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고 황의조도 이 경기 후반 45분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벤투 감독은 당시에 팀 관리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기자단 질문에 “(외부에서) 말하거나 이야기하긴 쉽지만 결정하기는 어렵다”면서 다소 날 선 반응을 보였다. 그는 “나는 말할 때보다 결정할 때 더 고민한다. 어떤 사람은 말하는 데 더 고민하기도 할 것”이라면서 “코치진과 최선의 결정을 내려 목표를 달성하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