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전설 고(故) 최동원을 넘어선 아리엘 미란다(32, 두산 베어스)가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고향으로 돌아갔다. 미란다는 올 시즌 28경기에 등판해 14승5패, 173⅔이닝, 225탈삼진, 평균자책점 2.33을 기록했다. 1984년 최동원이 세운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 223개 대기록을 37년 만에 갈아치우는 저력을 보여줬다. 다승 공동 4위에 그쳐 투수 트리플 크라운(평균자책점, 탈삼진, 다승 1위) 달성은 실패했으나 80만 달러 몸값 이상의 몫을 해냈다.
에이스로 마음가짐도 합격점을 받았다. 정규시즌 막바지 어깨 피로가 쌓여 등판이 어려울 때도 끝까지 팀에 남아 재활하며 포스트시즌 등판을 준비했다. 4위 두산이 극적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자 미란다는 3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1실점 호투를 펼치기도 했다.
두산은 당연히 미란다와 재계약을 준비하고 있다. 2019년 조쉬 린드블럼, 2020년 라울 알칸타라처럼 20승을 책임져주진 못했지만, 두산 에이스 계보를 이으며 충분히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쳐줬다. 미란다는 해마다 KBO리그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상인 최동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원투펀치에 변화를 줘야 하는 상황인 만큼 미란다가 내년에 중심을 잡아주면 더할 나위 없다. 올해 1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던 2선발 워커 로켓과 결별을 확정했기 때문. 로켓은 팔꿈치 통증을 참고 시즌을 치르다 지난달 시즌을 일찍 접고 미국으로 돌아가 수술을 받았다. 두산 관계자는 "로켓이 수술을 잘 받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재활해서 복귀하려면 4월쯤은 돼야 할 것 같다. 재계약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란다는 두산 잔류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남겼다. 고향으로 돌아가기 전 구단 TV를 통해 공개한 마지막 인사 영상에서 "팬 여러분들이 열렬하게 응원해 주셔서 두산 베어스 선수로서 자부심을 느꼈다. 팬 여러분이 자랑스러웠다. 아쉽게도 우리가 우승을 놓치긴 했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이게 야구인 것 같다. 내년에 보자"고 이야기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미란다가 시즌을 치르면서 리그에 빠르게 적응하는 자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즌 초반에는 한국 타자들에게 적응하지 못해 볼이 많았지만, 점점 리그에 적응하고 경기 운영 능력이 좋아지면서 KBO리그 역사에 한 획을 긋는 탈삼진왕이 됐다.
미란다는 두산이 처음으로 영입한 대만리그 출신 외국인 투수였다. 미국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리그(NPB)에서 뚜렷한 성적을 남기지 못하고 대만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었다. 두산은 미란다의 경험에 기대를 걸었고, 결과적으로 구단과 선수 모두 웃었다.
이제는 미란다의 몸값이 얼마나 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빼어난 성적을 남긴 만큼 큰 폭의 인상이 예상된다. 최근 두산 외국인 투수 재계약 사례는 린드블럼과 세스 후랭코프가 있다. 2018년 145만 달러를 받은 린드블럼은 리그 유일 2점대 평균자책점(2.88)을 기록하고 2019년 192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2018년 85만 달러를 받은 후랭코프는 18승을 수확하고 2019년 123만 달러에 다시 도장을 찍었다.